KONKUK UNIVERSITY MAGAZINE VOL.165
박훈철 교수(스마트운행체공학과)가 참여한 「장수풍뎅이의 날갯짓을 모방한 비행로봇 개발」 연구가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꼬리 날개 없이 날갯짓만으로 자세를 제어하는 KUBeetle은 곤충의 비행 원리를 생체모방 기술로 구현한 혁신적인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보이며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발하신 ‘KUBeetle’ 비행 로봇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KUBeetle은 장수풍뎅이의 날갯짓 원리를 모방한 혁신적인 비행 로봇입니다. 장수풍뎅이는 날갯짓 각도가 180도 이상이며, 비행 중 날개의 궤적을 조금씩 변형해 비행에 필요한 힘과 자세 제어력을 동시에 생성합니다. KUBeetle은 이러한 특성을 모방하여 큰 각도의 날갯짓을 구현하는 장치와 궤적을 변경할 수 있는 제어 장치를 결합해 개발되었습니다.
기존의 비행 로봇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일반적인 드론은 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사용해서 고주파 소음이 발생해요. 반면 KUBeetle은 작은 크기와 낮은 주파수의 날갯짓을 통해 소음이 적고 자연친화적입니다. 조류 모방형 드론은 꼬리날개를 통해 자세를 제어하는데, KUBeetle은 곤충처럼 꼬리날개 없이 날갯짓만으로 비행과 자세 제어를 수행합니다. 이 점이 기존 비행 로봇과 KUBeetle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이번 연구 성과가 교수님께는 어떤 의미인가요? 나아가 학계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번 연구는 장수풍뎅이의 날개 접힘과 펼침 원리를 데이터화하고 비행 로봇으로 구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년간 이어온 장수풍뎅이 비행 연구의 마지막 주제이자 정점을 찍은 성과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아직 생물학자들도 밝혀내지 못했던 곤충 개체가 가진 비밀이 생체모방 공학 기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학계와 산업계에서 중요한 성공 사례로 인용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수풍뎅이의 날갯짓을 모방한 비행 로봇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2000년대 초, 건국대학교 일감호를 걷다가 무당벌레가 비행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당벌레가 날개를 접었다 펼치며 비행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연구실로 돌아와 다른 종류이긴 하지만 풍뎅이 날개 구조와 비행 원리에 관한 논문을 읽으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장수풍뎅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고, 2004년 연구비를 확보하며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KUBeetle 개발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네요.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꼬리날개 없이 비행 자세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큰각도의 날갯짓과 자세 제어력을 구현하기 위해 설계된 날갯짓 장치와 전자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결과 KUBeetle은 약 9분 동안 비행해 곤충 모방 날갯짓 비행 로봇 중 가장 긴 비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또 접힘-펼침 기능이 있는 날개를 장착해 장애물에 충돌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장수풍뎅이의 비행 관찰도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장수풍뎅이는 야행성이어서 밤에만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특성상 대낮처럼 밝은 광원이 필요해 장수풍뎅이가 제대로 날지 않았습니다. 결국 장수풍뎅이를 공중에 매달아 불안정한 상태를 만들어 비행을 유도했고, 촬영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실용화된다면,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연구성과는 날개를 접은 채로 보관 및 이동하고 비행 때는 날개를 자동적으로 펼칠 수 있는 비행 로봇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달이나 화성처럼 먼 곳으로 로봇을 보내는 우주 탐사에 유리합니다. 접힌 날개를 가진 로봇은 발사체 내부 공간을 절약해 더 효율적인 패키징이 가능하지요. 실용화를 위해서는 비행 효율을 높이고, 초소형 카메라를 탑재해 임무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추후 화성 환경에서도 비행할 수 있는 또 다른 KUBeetle이 탄생하기를 기대합니다.
미래 과학자,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준비하고 연구하며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생각을 실현할 기회가 옵니다.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보다 ‘그래서 이렇게 준비하고 대비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선배와 교수님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자신의 길을 끝까지 믿고 걸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