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의 모티브를 준 진정한 이야기꾼,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신동흔 교수가 JTBC의 인기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우리나라 설화와 옛이야기가 지닌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시청자들에게 전했다.9일 방송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에는 건국대학교 신동흔 교수가 출연해 ‘옛날 이야기의 힘-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며 편견을 깨는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이날 신동흔 교수는 옛날 이야기에는 겉과 속이 다른 양파 같은 요소들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신 교수의 말처럼 이야기 안에 이렇게 많은 상징과 인간의 욕망이 들어있다니 하며 수업 내내 흥미로운 모습을 보였다.특히 신 교수는 콩쥐팥쥐에 관한 이야기로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신 교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콩쥐와 원님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과 다른 진짜 결말을 전했다. 잔혹한 진짜 결말을 들은 딘딘은 원님이 사이코패스 아니냐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충격에 휩싸인 학생들에게 신 교수는 이야기에 담긴 상징을 봐야 한다며 콩쥐팥쥐 결말의 숨겨진 의미를 전했다.신 교수는 또 소양강댐 청평사에 있는 상사뱀 이야기 등 상사병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사회적 문제인 이별범죄, 데이트폭력, 스토커의 전형에 관한 분석을 들려줬다.한국구비문학회 회장인 신 교수는 옛이야기에 대한 대중 강연을 폭넓게 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토리텔링 원론』, 『역사인물 이야기 연구』, 『한국 구비문학의 이해』(공저), 『이야기와 문학적 삶』, 『서사문학과 현실 그리고 꿈』, 외 다수가 있다.------------------신동흔 교수 ‘스토리텔링 원론’-옛이야기로 보는 진짜 스토리 코드
이 책 『스토리텔링 원론(아카넷, 2018)』은 이야기 연구자와 기획자, 창작자는 물론 인생이라는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스토리텔링 교과서다.스토리텔링 시대의 중심축으로 신화나 민담이 떠오르는 중이다. 새로운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에 옛이야기들이 힘을 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영화 〈신과 함께〉 창작에 영감을 준 저술 『살아있는 한국신화(한겨레출판, 2014)』로 주목 받는 신동흔 건국대 교수는 옛이야기에 ‘진짜 스토리’가 숨 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진짜 스토리의 원리와 문법을 깨우치면 오래 사랑받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설화와 소설,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 웹툰과 웹소설, 연극과 뮤지컬, PC게임과 모바일게임, VR 콘텐츠 등등 외현되는 방식은 다르더라도 스토리의 본질과 원리는 같다. 늘 핵심은 기본에 있지 않은가. 기본 원리를 깨우치면 다방면의 무한한 활용이 가능하다.신동흔 교수는 세상 만유가 스토리적으로 존재하며 스토리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인간의 무의식적 인지는 스토리적으로 이루어지며, 그리하여 그 말하기와 행동도 스토리적 지향성을 발현한다. 저자는 ‘이야기하는 존재’라는 현상적 측면보다 ‘스토리적인 존재’라는 본질적 측면에 주목하여 ‘호모 나랜스(Homo Narrans)’ 대신 ‘호모 스토리언스(Homo Storiens)’로 인간의 존재를 명명한다.인간의 스토리적 인지는 옛이야기에서 가장 순연하고도 강렬한 형태로 발현된다. 이는 상상력이라는 인지적 동력과 구비전승이라는 인지적 필터 때문이다. 옛이야기는 스토리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집약하는 장치를 지니고 있다. 낯설고 엉뚱해 보이지만, 이면적 구조와 상징은 놀랍도록 정교하며 의미로 충만하다. 이면적 진실과 통하지 않는 요소는 구비전승 과정에서 도태되며 진짜 스토리가 살아남는다. 이 책 『스토리텔링 원론』은 그 인지적 메커니즘을 체계적이면서도 쉽게 풀어낸다.〈장자못〉과 〈백설공주〉, 〈아바타〉, 〈유미의 세포들〉까지 신동흔 교수는 진짜 스토리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역사’가 있고 ‘철학’이 있다 ▲ 사람들의 경험과 상상이 원형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 ㆍ 우주자연과 인간세계의 원리를 심층적으로 투영한다 ▲ 인간의 무의식적 인지를 가감 없이 반영한다 ▲ 특별한 화소들이 적재적소에서 빛난다 ▲ 앞뒤 내용이 어김없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 ▲ 보면 볼수록 새로운 의미가 속속 살아난다 ▲ 불편한 진실과 정면으로 부딪쳐 해법을 찾아낸다 ▲ 시·공간과 집단의 경계를 넘어서 재미와 감동을 준다 ▲ 스토리텔링의 고수가 되는 비결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은 무작정 이리저리 만들어 본다고 얻어 걸리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 문법(story grammar)을 제대로 깨우쳐 이야기라는 언어를 훌륭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에서 창작보다 중요한 것이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통해 검증된 원형적 이야기들 속에 진짜 스토리텔링을 위한 답이 있다. 그 서사적 화두와 구조를 핵심적으로 꿰뚫고 심층의 미적 가치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그리고 함부로 변형하기보다 원형을 오롯이 살리는 것이 정도다. 여러 기교(technic)를 반영한 변형은 얼핏 멋있고 그럴싸해 보이지만, 본래의 맥락과 함의를 살리지 못할 경우 스토리를 죽이는 길이 된다. 저자는 원형적 서사 특유의 문제적 화두와 철학이 없는 이야기는 더 이상 이야기일 수 없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미적·인식적 구심을 이루는 서사요소를 오롯이 살려 내는 일이 모든 종류의 스토리텔링의 관건이라는 것이다.신 교수는 사회적 설화와 이야기 갈래에 대한 탐구를 거쳐 민간신화와 현대 구술담화, 이야기꾼 연구 등으로 관심을 넓혀 왔으며, 근간에 원형적 세계 민담 분석 및 스토리 원리 탐구를 본격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