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궁 경원당 (都正宮 慶原堂, 서울시 민속자료 제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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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본래 1862년(철종 13) 역모 혐의로 사사된 왕실 종친 도정(都正) 이하전(李夏銓, 1842~1862)의 가옥으로 ‘도정궁’이라고 전해진다. 19세기 세도정치를 주도한 안동 김씨 일파는 종친으로 신망을 얻은 이하전을 제거하고자 하였다. 1862년 김순성(金順性)·이극선(李兢善)의 추대를 받아 역모를 꾀했다는 혐의로 제주도에 유배되었고 그곳에서 사사되었다. 이듬해 철종이 사망하고 고종이 왕위에 오르며 권력을 장악한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은 이하전이 억울하게 죽었다하여 그를 신원(伸寃)해 주었다. 이때 사택(私宅)이 있던 자리에 이하전의 제사를 받드는 사당으로서 이 건축물을 지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하전은 경원군(慶原君)이 라는 군호(君號)가 추증(追贈)되었다.
가옥의 이름은 1970년대 이 집을 소유하고 있던 정재문 씨(현 국회의원)의 이름을 따 <사직동 정재문가>라고 명명되었으나, 이 건물의 유래와 연관하여 역사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도정궁 경원당(都正宮 慶原堂)>으로 개칭되었다.
건평 36.66평의 평면이 'ㄱ'자 형의 가옥이다. 벽체, 창호 처리과 현관을 구성한 기법 등으로 볼 때, 서양식과 일본식의 건축기법이 모두 가미되어 있다. 원래 많은 부속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사랑채만이 남아있다. 그 규모나 양식에서 전통적인 사대부 주택으로서의 면모를 찾을 수 없는 점을 볼 때, 기존의 건축물을 개축하였거나, 새로 신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종로구 사직동 262-85번지에 위치하다가 1979년 건국대학교 교정으로 이전됐다. 구한말․일제시기의 우리 한옥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민속자료로서 가치가 있어 서울시 민속자료 제9호로 지정되어 있다.